제3화: 왕초들의 밑천과 상전 그리고 공항의 이별
거지 왕초들의 이야기
제3화
왕초들의
밑천과
상전
그리고
공항의 이별
원작: 이요한 / 최아멘
나오는 사람들
18 왕초, 최선생, 똘만이, 해설
해설: 부부싸움을 하셨다고요?
왕초: 내가 이러고 헛소리나 하며 돌아다니니까, 어느날 이불 속에서 우리 집사람이, “당신은 기술도 있는데, 왜 나가서 돈을 벌지 않느냐? (왕초는 전직 목수임) 돈 벌어오랬더니 기껏 나가서 거지 왕초가 되서 들어왔냐? 내 돈 주머니에 손대지 말라!” 는 엄포를 놓습디다. 거지 노릇을 하면서 식구들을 거느리게 되자 햄버거 값도 쏠쏠치 않게 나가더라고, 커피 값도 만만치 않고 … 그래 마누라 지갑에 손을 좀 댔더니 그 모양이야!
해설: 뭐라고 대답하셨습니까?
그러면 기 죽을 줄 알고? “이봐, 내가 왕초가 되서 당신이 어부인에서 중전마마로 등극했는데 왜 그래?” 했더니 웃더라고, 요즘은 사람들이 내가 뭔 말만 실실 하면 웃어 … 웃는건 좋은데,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야지, 그 뜻을 깨달으면 눈물이 나와. 웃고 나면 울어야 할 때가 지금이라 이말임시! 이제, 아셨나? 내가 왜 헛소리를 해대는지 …
해설: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왕초: 나~ 참, 이 양반 똑똑한 줄 알았더니, 영~~~ 아니네. 우리가 여기서 웃자고만 하는 얘기가 아니야, 웃고 나면 같이 울자고 하는 거네, 이 사람아! 하도 세상이 험해서 일단 웃기고 보는거지. 그래야 찌그러진 얼굴이라도 좀 펴질게 아닌가? 하여튼, 내가 똘만이를 데리고 어디를 가다가 “어이, 이 목사!” 하고 소리를 냅다 질렀지. 하도 반갑게 꽥꽥대니 이 똘만이 왈, “아니, 형님, 내 눈에는 아무도 안뵈는데 누가 있다고 그러슈?” 이래. 하긴, 그럴만도 하지. 난 개를 사람으로 보고 한 소리였거든 … 뉘 집 앞마당에 누워 자빠져 자고 있는 개를 보고 깨운 소리였지 …
19
원님들은 짓는 개가 되어야 하네. 요즘 멍멍이들은 짓을 줄을 몰라. 도둑이 오면 짓어야 밥 값을 하는거 아닌가? 내가 뭔 소리를 하다가 멍멍이 얘기로 빠졌나? 올지, 돈 얘기하다가 그랬지, 마누라 거든 내 거든 내 돈은 밑천이네. 밑천은 밑전, 밑에 돈, 하전(下錢)이야. 상전(上錢)이 아니란 말이지. 피바닥을 헤메며 낮은데서 긁어 모은 돈으로 장사를 하든 뭐를 하든 해야 되는데, 이 썅것들이 높은데 달린 큰 돈만 쉽게 따먹을려고 해. 글쎄, 이 못된 것들이, 상전이 되놔서 편한 돈만 받아 먹을려고 한단 말이야. 뭔 말인지 내 말 알아 들어? 거지 주제에 왜 그리 높은 자리 (상전上佺) 틀어쥐고 앉아서 올라오는 높은 돈만 (상전上錢) 집어 삼키려드느냐? 이 말이네. 남의 것 귀한 줄 모르고 제것 한 푼 없는 주제에 “니꺼 내꺼, 내꺼도 내꺼다” 한다 이 말씀이야. 에라, 이 사기꾼 원님네들아, 네 놈들이 도둑놈들이니까 나 같은 개거지들이 짓어댄다, 이거야! 우린 진짜 배고파. 나 같은 개거지에게 밥 좀 퍼주지 않겠나? 안주면 쳐들어가야지, 얘들아, 원님댁에 밥 얻으러 가자!
해설: 가시더래도 한 말씀 더하고 가세요!
왕초: 거지를 자꾸 붙잡고 늘어지면 내가 귀하신 몸이 되요. 그러면 끝장이야. 날 가게 그냥 내버려두게. 왜? 또 아리랑 부를려고? 됐네, 이 사람아! 한 마디만 더, 거지 주제에 방송 탄 김에 부탁이 하나 있네. 우리들 모두가 거지 왕초, 나쁜 원님이 아니라 정말 존경 받는 상전이 다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네. 착하고 좋은 원님은 괜챤지. 그리고, 방송은 주고 받아야 제 맛이야. 이젠 왕초가 한 마디하면 저 방청객들도 한 마디씩 말 할 기회를 이젠 좀 주시게나. 우리끼리 해먹는 건 의미가 없다오. 지들도 거짓말, 거지들의 말을 할 기회를 줘야 거지된 기분이 날게 아닌가? 보셔, 거지 나리들, 같이 떠듭시다. 뭐, 할 말 없으면 질문도 좋고 … 질문 받아 “거지 원어 사전”을 낼 참이네.
20
해설: “거지 원어 사전”이라고 하셨습니까?
왕초: 대왕, 왕, 똘만이, 원님, 닭, 개, 거지, 밥, 각설이 … 뭐, 헷갈리는 말이 많지. 뭔 뜻인지도 모르고 웃는다니까. 그래서 같이 주고 받자는거야. 같이 어울려 한 판 하고, 그러다 보면 그 소리를 알아들을 날이 오지. 외치는 자의 소리, 개 짓는 소리가 저 들판에 먹혀들어가게 된다, 이거야. 그래 이 공개방송을 하는거 아닌가? 여보시오, 원님네들, 거지나리들, 우리 떼거지로 모여 한 판 벌려봅시다. 이판사판 꽹과리판, 막판갈판 각설이판이 되야 신명나게 되는거네. 알것는가, 이 양반들아! 뭔 말이라도 좋소. 빈 의자에 아무나 와 앉아도 좋소. 우린 겁날게 없고, 쫓겨나 봐야 거지이니 아쉬울 것도 없소이다. 싫컷 웃고, 싫컷 울어보자는 말씀이외다. 자, 자리 깔아놨으니 어서들 오시시시셔, 잉? 우리 판에 뛰어 들어 한 말씀 한 말씀 옳소 옳커니 권커니 잣커니 하다 보면 천둥 번개가 치고 뇌성이 울리지 … 그 때 무릎 꿇고 싫컷 우는데, 이 번엔 또 나팔 소리가 날벼락을 친단 말씀이야! 그래서 죄다 놀라 뒤로 자빠졌대메? 이 좋은 판이 또 어디 있소? 오기 싫으면 부르든지 … 어디든 가오리다, 가는데, 패거리들 몰고가 판 벌리고 판 돈 들어오면 아낌없이 다 드리리다. 내 먹자고 하자는 짓이 아니외다. 그 댁엔 하고 싶어도 꽹과리도 없고, 거지패들도 없지 않소? 우린 수금 비파 타는 년, 나팔 불어대는 미친 놈, 짓어대는 멍멍이, 찌그러진 밥 깡통, 겁 없는 똘만이, 질퍽대는 패거리 … 모두 모두 몽땅 다 있으니, 그만, 오해들 푸시고, 우리 잘~~~ 해 봅시다.
해설: 오늘은 말씀이 좀 난해하십니다?
왕초: 여보셔, 내가 지금 한국말 하는거야. 아니, 귀머거리도 아닌데 왜 조선 말을 듣고도 모르시남? 번역해줄까? 그건 그렇고, 우리 최선생 뭐하시나? 최선상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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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 세상 어느 여자가 남자 하나 믿고 그런 결혼식을 올리고 아무도 없는 미국에 혼자 이민갈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숙이의 이해와 배려, 순종이 너무나 고마왔지. 또 세상 때 묻지 않고 고이 기른 딸을 도둑놈에게 내주며 자식 잘 되기만 바라는 처가는 어떻고? 눈물이 찔끔 나왔어. 과묵하고 이해 많으신 장인 어른도 그렇고 , 그저 뭐 하나라도 있으면 있는대로 다 주고 싶어하시는 장모님도 그렇고 … 결혼식을 하면서도 나같은 괴물에게에 이런 천생 연분이 있었다는게 믿어지지를 않았어. “최 민, 믿어라! 이건 꿈이 아니야.” 이번엔 또 다른 내가 격려를 해주고 있었어. 아찔하던 순간마다 여지 없이 나타나 욕만 해대던 그 놈이 나를 격려까지 해주다니! 이 놈아, 매일 좀 그래라! 어쨌든 하는 것마다 엎어지고 자빠지던 나에게 그 날은 인생 최고의 날이었지. 대박 친거지 뭐. 그렇게 공짜 결혼식에, 속도위반 티켙 대신 오히려 14박 15일 짜리 신혼 여행 티켙까지 받았으니, 봉이 김선달이가 이보다 더했을까? 대박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덤이 하나 더 붙어 따라왔지. 식후에 간단하게나마 인천 월미도로 향했거든. 양심은 있어서 그 1박 2일 여행 비용을 호텔 근처 작은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다 드리고 바다만 보고 올라왔지. 죄진 놈이 죄송해서 드린 것을 숙이는 그걸 보고 믿음이 좋은 줄 알았다니, 역시 나는 사기꾼일 수 밖에 없었나봐. 아무튼, 그 때 속도 위반 여행 얘기 좀 해야겠어.
똘만이: 하이고~ 시상에, 시상에, 우리 최선상님 정말 뭐만 두쪽 달랑 달고 베라벨 것 다 받아내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구만이라! 워쩌 그런 기막힌 재주를 다 가졌소? 누구는 장개도 못가 죽니마니 하는 판인디,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공짜배기에다 덤 까지 챙겼구만이라!
왕초: 이 놈아, 왜 니가 샘을 내? 그 덕분에 자빠지고 깨졌잔아? 완전 공짜는 아니야. 선생, 계속하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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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생: 혼전 새치기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약속 장소에 나타난 그녀를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여행준비가 아니라 아예 살림살이를 싸들고 온 듯 했거든. 설악산과 속초 앞 바다, 아무리 산 과 바다를 넘나드는 장기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내 몫까지 챙겨온 갈아입을 옷이며 먹을 것과 취사 도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신혼살림살이 준비에 짐도 짐이지만 “이 여자가 얼마나 알뜰 살림꾼일까?” 하는 기대감과 행복감에 무거운도 모를지경, 황홀지경, 무아지경이 되버렸어. 꿈인지 생신지 비몽사몽에 기가막혀 하는 나에게 하는 말에 울뻔했지.
식성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없으면 다 사야하니까 생각나는대로 다 가져왔어요.
나중에 같이 살면서 알았지만, 일본 유학을 해서 그런지 신문 한 장도 그냥 버리는 일이 절대로 없는 근면과 절약이 몸에 밴 여자였으니 미리 준비하면 될 일을 없어서 돈 쓰는 낭비를 왜 하려했겠어? 숙이는 그런 여자였어. 목적지에 도착해서 민박을 정하고 짐을 푸는데 남이 보면 이사온 줄 알았을거야. 만난지 한 달 만에 허락을 받고 떠나온 여행, 우리의 도착 신고식은 첫 식사 준비였지. 찌겟거리도 야채 하나 하나 씻어서 따로 포장해온 그 솜씨에 나는 마치 신혼 첫날 집에서 밥상을 받는 기분이었어. 하긴, 민박도 집은 집이지. 밥도 하고 찌게도 끓이면서 수줍어 하던 새색시의 그 모습! 지금도 나는 잊을 수 없어. 잊는다면 사람이 아니지. 그건 진짜 괴물이야. 그런게 행복일까? 날짜를 받아놀고 온 우리는 오색 약수로 저녁을 해먹고 나서 밑으로는 동해 바다가 보이고 위로는 설악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그렇게 첫날을 맞았지. 비누, 치약, 칫솔, 수건과 잠옷을 하나씩 내놓던 그 해맑은 손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던 밤이 깊어가고 있었어. 이런 여자를 절대로 놓칠 수 없지. 식을 올리고 나면 2년 후에나 볼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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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초청 이민 비자가 나오기 까지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텐데 … 하늘이 준 이 천사 같은 여자가 잘못 되면 나는 이역만리 떨어져서 어떻하라고? 그 안에 도망가지 않고 기다리는 외로움을 참아내며 지루함을 없앨려면 내가 해 줄 수 있던 것은 딱 하나, 밤 일을 열심히 해 주는 것 뿐이었어. 그게 결혼 때 저지른 불장난 2탄이야. 결국 첫 애가 만들어졌지. 도둑은 도둑인데 불도둑놈이 된 배경이야.
왕초: 그 양반 생긴 건 샌님 같아가지고 도장 하나는 확실하게 찍었구만! 아침에 등산하느라 힘들텐데, 다리까지 떨리면 어쩌는고? 괴물은 괴물이네 그려~~
똘만이: 헹님요, 판 깨지 마소! 그 댐엔 워치키 되셨는감?
최선생: 산을 오르느라 땀이 흐르면 내려와 바다로 가서 속초 앞 바다 해변의 한 횟집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먹던 회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어. 산도 보고 바다도 보며 추억 만들기를 하자는 내 생각은 여지 없이 환상적으로 맞아떨어지는 훌륭한 작품이었지.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우리는 종로와 대학로, 그리고 장안의 유명 까뻬란 까뻬는 다 훓고다녔어. 헤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특색있는 곳이면 찾아다니며 기억 속에 하나라도 더 남겨놔야 했으니까. 그 때 나는 데이트를 마치면 하얀 봉투를 내밀었지. 잡지를 뒤져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 된 곳을 수수께끼 풀듯이 게임형식으로 다음 약속 장소를 정해준거야. 그렇게 매일 만나는데도 지겹지 않은지 잘도 칮아오곤 했던 숙이야. 이 날 도둑놈은 그 차값도 한 푼 내지 않았어. 참 못된 놈이야. 나라고 하는 인간은 진짜 괴물인가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게 그렇게 아깝고 야속할 수 없었어. 그러다가 여행을 다녀오고, 식을 올리고, 비행기표를 끊고 드디어 공항으로 향했어. 마지막으로 비행기표까지 그녀에게 씌우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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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최 민, 넌 해도 해도 정말 너무한다! 어째 사람이 그 모양이냐?” 또, 그 자식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이 나쁜 놈아, 좀 빠져주라!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한 푼이라도 아낀다고 동경을 경유해 돌아가는 SOUTHWEST를 끊었지. 어차피 먼 길을 돌아가든 바로가든 태평양에만 빠지지 않으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어. 데이트비용, 예식비, 여행경비, 항공료까지 … 꼭 그 놈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차라리 욕이라도 먹으면 편할 터 … 그냥 먹는게 아니라, 배터지게 처먹어야 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 이놈아, 네 놈 주제에 돌아간들 무슨 불만이냐, 시골 버스 마냥 역마다 가다 서다 하다 털털거린들 무슨 상관이냐, 비행기야, 내년까지라도 좋으니 이 몸을 미국 땅에만 내려다오! 애꾿게 죄 없는 외국 비행기만 내 신세타령에 마른 안주가 되었지. 천하에 양심도 없는 괴물, 바가지 씌우는데 도튼 깽깽이 같은 말라빠진 형편 없는 괴물, 그게 나야. 이 인간이 또 생뚱맞은 먹을 걱정을 하고 있었어. 대한항공 같은 국적기가 아니니 필히 기내식은 양식이 나올 터. 도대체 양식은 체질이 아니니 어쩌란 말인가. 공항 가는 길에 그 생각만 하고 있었지. 배웅하러 따라오는 숙이는 옆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편이 미국에서 살 궁리에 빠졌다고 하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골똘한거라고, 방해하면 안되니까 가만 놔두자는 생각을 했을까? 숙아, 미안해! 아니야, 그 생각이 아니고 밥 처먹을 걱정이 태산이란 말이야! 공항 청사에 차가 들어서면서 그 생각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결론을 내려야 했어. 김밥을 사기로 했던 것. 문제는 또 돈이 내게는 없다는 것. 아, 산 넘어 산이고, 고민 끝에 또 고민이로다! 벼룩이도 낯작이 있지, 어떻게 이 심각한 순간에 김밥값까지 내놓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차마 그런 용기는 없었어. 그 때 구세주 같이 장인 어르신이 아무도 모르게 살짝 불러내셨어. “저리 가서 이거 환전해다가 미국가서 쓰게.” 하시며 손에 쥐어주신 흰 봉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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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신 어르신 덕에 난 김밥값 달라는 얘기는 안해도 되는 감격에 속으로 ‘하나님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를 하고 있었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으이그~~ 이 한심한 놈아! 김밥값 얘기는 못해도 김밥을 산 이유는 말해줘야 했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던 신부가 모처럼 환하게 웃었어. 이제야 신부를 웃기다니! 웃음도 잠시, 출국 수속이 끝나고 드디어 출발 시간. 출국장으로 오르는 에리베이터 안에서 숙이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이제 가면 난 혼자 어떻해!” 하며 흐느꼈어. 있는 힘껏 안아주며 “괜찬아, 내일 모레 다시 올건데, 뭐 … ” 했던 것은 농담이 아닌 사실이었어.
왕초: 이수일과 심순애가 따로 없고, 신파가 따로 없구나! 이 눈물나는 장면을 어찌볼꼬? 여기서 막간을 이용해 한 곡조 꽝! 얘들아~ (패들이 문주란의 “공항의 이별”을 부른 후)
해설: 오늘은 왕초의 돈타령과 최선생의 돈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배부른 원님들이야 돈 걱정하지 않겠지만, 서민들은 돈이 없으면 닭다리도 못 뜯고 시집 장가도 못 갑니다. 배고픈 거지들에겐 배를 채워줄 밥이나, 밥 사먹을 돈이요,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들에겐 결혼 비용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문제 해결의 키워드가 돈인 세상입니다. 그러나 오늘 왕초와 최선생은 돈 없이 사는 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없으면 남이 채워주면 되는 겁니다. 최선생이 그렇게 결혼을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그렇게 해주고도 남을 인간적인 이해와 사랑이 돈보다 앞섰기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렇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특히 왕초와 그 일행이 굶고 있을 때 “밑천, 밑전, 하전”은 “까마귀가 날라다 준 빵과 물과 고기”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돈을 스스로 만들려고 고생하십니까, 주는 것을 받아 사십니까? 어느쪽이 쉬운지 생각해 보시기를 바라면서 오늘 얘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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