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상거지와 하거지 그리고 도둑놈의 전봇대
현대인을 위한 배꼽 잡는 책
거지들의 웃음과 눈물
巨知 왕초들의
이야기
창간호 / 2010 / 11
코이노니아 좌담 씨리즈
원작: 이요한 / 최아멘
창간호 차례
제1화 : 상거지와 하거지, 그리고 도둑놈의 전봇대
제2화 : 큰 원님댁 공사판과 설악산의 불장난
제3화 : 왕초들의 밑천과 상전, 그리고 공항의 이별
제4화 : 거지들의 비밀과 개들의 향연
제5화 : 고무신과 새신, 그리고 알과 얼의 철학
제6화 : 비자와 영주권, 그리고 세균전
제7화 : 미스, 미스타, 예스맨, 그리고 전면전
제8화 : 따따블의 수치와 잘못 끼운 첫단추
제9화 : 삔뚜라 박의 십만엥, 그리고 수정 유리 바다
제10화 : 짠돌이와 배장사, 그리고 무시험 수석합격
제11화 : 돌해물과 백두산, 그리고 밟아라 삼천리
제12화 : V나무로 깍아 만든 독사와 일곱 눈
제13화 : 새신백신 갈사일칠
제14화 : 미스 미스타 예스맨
제15화 : 신부와 귀족
제16화 : 신둘둘이공삼공
제17화 : 인의예지신용
제18화 : 따따블의 수치
제19화 : 사421820
제20화 : 나무거지 사서거지
제21화 : 요술봉과 마패
제22화 : 짠돌이와 배 장사
제23화 : 무시험 수석 합격
제24화 : 동해물과 백두산
제25화 : 대우주 연합 합창제
제26화 : 원님 나발과 거지 나팔
제27화 : 깡패들의 패싸움
제28화 : 아리랑 쓰리랑
제29화 감람유와 포도주
제30화 : 장생불로초
제31화 : 항생제와 항아리
제32화 : 원단과 이단
제33화 : 울음속의 웃음
제34화 : 장님과 원님의 길
제35화 : 부표와 가늠
제36화 : 등대와 등대지기
제37화 : 꼰대와 왕초
제38화 : 엽전 열닷냥
제39화 : 참 거지 같은 세상
제40화 : 노가리의 부활
제41화 : 사람 만들기
제42화 : 대왕의 ‘ㅁ’자 물음
제43화 : 광야의 단비
제44화 : 인생은 나그네 길
제45화 : 하늘 가는 밝은 길
그 놈의 참말이 없어 … 거지들은 거짓말을 잘해야 먹고 살아. 그렇다고 남 사기 처먹자는 말이 아니라 거지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뜻이네. 우리 거지들의 말, 거짓말을 좀 들어보시게나. 얘들아, 한 판 벌려라! (객석에 패거리들 등장)
패거리: 니네들은 거룩한 말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거룩한 지랄에 미친 거지, 니들은 참말을 한다고 하면서 사기치지만, 우리는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거지들의 말, 거짓말을 하는 거지다. 니들은 상 차려놓고 밥타령 반찬 타령하지만 우리는 밥상도 없다. 깡통 하나면 족하다. 에그~~~ 이 한심충만한 원님네들아! 어째 사는게 우리만도 못하냐? 우리처럼 속이 편하냐? 있는 척에 없는 속 빈 강정 헛소리 그만 씹고 거지처럼 살아라. 속 보인다, 속 보여! 이것들아, 도둑질 하느니 차라리 동냥질 할란다. 밥을 다오, 밥을 다오!
해설: 그 말 참 듣기 시원하네요. 후련합니다! 아니, 공부도 안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도를 통하셨습니까?
왕초: 여보셔, 누가 전화를 하길래 받으니 “여보세요~” 하더라고. 그래서 “네, 여기 많이 보세요.” 했지. 막 웃더라고. 그게 진리야. 억지로 짜내는 블랙 코메디 같은 웃음이 아니라, 시원한 웃음, 거룩한 웃음은 이 길바닥에 돌배게 깔고 자면 아무데나 널려 있어. 책상 깔고 책 안봐도, 거지들 인생이 파노라마야, 지들이 그걸 알아야 해먹지. 거지보다 모르는 쌍것들이 원님들이야. 걔네들은 억지로 웃길 줄이나 알지 울릴 줄은 몰라. 우리네 거지 인생이 눈물인데, 계네들은 자꾸만 웃으라고만 해. 그러니 가짜다 이거야. 인생이 뭔지나 알면서 떠들어대는 건지, 참, 나~ 기가막혀
해설: 여러분이 사시는 동네의 원님께서는 어떠신지요? 원님이 못나면 고을 백성들이 고생합니다. 원님을 잘 만나시기 바랍니다.
10
제1화
상거지와
하거지
그리고
도둑놈의
전봇대
원작: 이요한 / 최아멘
1
나오는 사람들
왕초, 각설이패, 똘만이, 최선생, 해설
(무대 중앙으로 각설이 장타령을 부르며 왕초가 등장하는 동안 객석에 섞여 앉은 패거리들이 깡통을 두드리며 “얼쑤, 얼쑤, 잘한다!” 하는 추임새를 놓고, 해설자의 목소리가 방송을 타고 흘러 나온다.)
얼 씌고 쓰고 씌고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품바나 품바도 잘한다!
왕초도 잘한다!
최선생도 잘한다!
해설: 여러분이 지금 보고 계시는 분이 그 유명한 거지 왕초이십니다. 높으신 분인데, 우리 왕초님께서 먼저 한 말씀 하시지요.
2
왕초: (모자를 벗으며) 어럽쇼? 나가 낮은 데로 굴러 떨어진 지가 원진디, 시방 또 다시 줏어다 갖다 놓는겨? … (웃음) … 아시다시피 나가 거지 중에 상거지다, 이거여.. 에~ 또, 거 뭐시냐, 마누라가 벌어다 갖다 앵기는 거 처먹고 사니, 경처가도 되지라. 집에선 끽소리도 못해뿐져~
해설: 밖에서는 끽소리 하고 사시나요?
왕초: 끽소리가 아니라 인자부터는 밖에서 큰 소리 좀 쪼까하고 살려고 혀.
해설: 왜요, 갑자기 떼돈이라도 생겼습니까?
왕초: 그게 아니고, 할 일이 없어서 시내를 헤메다 보니, 나 같은 거지들이 참 많더라고. 그런데 고거시 말씀이야, 다 같은 거지 주제에 나가 이러고 다닝께 깔보더라고. 하긴, 지들은 쭉 빼입고 나는 입고 다니는 것부터 다르닝께 …
(아는지 모르는지 왕초의 허름한 T셔츠에 구멍이 뚫려 있다. 그걸 보고 옆에 있던 똘만이 왈, “헹님요, 등에 구멍 났소!”)
뭐, 시원하고 좋지~… 하여튼 이것들이 말이여, 지들이나 내나 똑같은 것 같은디 잘난척들을 해뿐져, 나는 아예 하는게 없으니까 속은 편한데 지네들은 요새 같이 장사안되는거 붙들고 안 그런척 하려니 그 속이 얼마나 시커멓게 썩었겄소! 그게 거지 중에 하급 거지들아닌가봬?. 예라, 이 놈들아! 없으면 없다고 까발리고 살지, 가리긴 뭘 가려! 그러니까 나는 속 편한 상거지, 걔네들은 속 썩은 하거지다, 이거야. 상거지가 하거지한테 큰 소리 좀 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해설: 그래서 이제부터 큰 소리치시겠다는 거군요? 그런데 그 소리를 거지들이 알아들을까요?
3
알든 모르든 상관 없는겨. 나가 꼭 매미새끼 맹그로 밤낮 맴맴대기만 할거니까 …
해설: 사실, 길거리에 널린게 거지들입니다. 우리들 모습이지요. 지 마누라 두둘겨 패는 쌍거지, 잘났다고 악악대는 욕거지, 남의 것 등쳐먹는 개거지, 쫄딱 말아먹은 알거지 … 웬 거지들이 그렇게 많은지요 …
왕초: 옛날에는 말이야, 선비들도 왕거지였소. 누더기 한 장걸치고 땅만 파먹고 살았지. 그 거지들 중에 대장이 나랏님이 내 보내신 암행어사일세. 그랬는데, 워치게 되아버린 것이 요즘은 거지가 왕이 된 꼬락서니들하고는 … 같은 거지 주제에 … 원님들이 큰 일이네 그려~~~ 우리 패거리들 맹기로 길 바닥에 팍 패대기 쳐가지고 나자빠져뻔지면 그만인데, 시상이 안그렇다 이거여. 그런디, 아, 글씨, 그렇다고 아무리 거지라도 그렇지, 땡전 한 푼 안들이고 남의 집 처녀 훔쳐 온 도둑놈도 있다니 이건 또 워치게 된 일이랑가?
(이 때 느닷없이 객석에서 최선생이 일어나 말을 받는다)
최선생: (독백) 1989년 서울의 가을 하늘은 나처럼 썰렁했어. 시월의 마지막 밤이었지. 마음도 추운데 날씨까지 추웠어. 깜깜한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뿔사, 무슨 고독한 사색가라고 생각에 골똘히 빠져 앞을 제대로 못봤는지 내 이마를 때리는 것이 하나 있었어. 여봐라는 듯이 호통을 치듯 꽝 소리를 내며 내 머리를 후려갈기던 나쁜 놈. 전봇대였어. “이 놈아, 잘 보고 다니라고 있는 길을 왜 처다보지도 않고 나를 들이받는게야?” 죄 없는 전봇대를 잡고 씩씩거리다가 튀어나온 혹을 붙잡고 홧김에 걷어찼는데, 이런 젠장할, 처음 발길엔 전봇대에 삐죽히 박힌 못대가리에 찔려 생발등만 찍히고, 놀라 악 소리 지르며 전봇대를 잡는다는게 또 그 놈의 웬수같은 못대가리에 손바닥이 찢겨나가고 … 그 다음엔 헛발질 덕분에 뒤로 나자빠졌었어.
4
맙소사! 엉덩방아를 찐 것만 해도 억울한데, 엉덩이가 축축해졌어! 지나가던 강아지가 오줌을 쌌는지 바지가 젖어버리고 만거야… 이 자식이 불도 안밝히고 길바닥에 떡허니 버티고 서서 사람을 우습게 만들어! 성질이 났지.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난데 없는 화풀이를 당한게 분한지 이 놈이 나를 노려보며 한 마디 하는듯 했어. “이 놈아, 불 밝히는건 가로등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난 전봇대라고.” 할 말이 없었어. 하긴 전봇대가 무슨 죄가 있나. 못 보고 들이받고 걷어찬 내가 잘못이지. 아!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일마다 엉망진창에 대책없이 혼자 씩씩대고 … 깨지고 터지고 …
왕초: (껄껄 웃으며 약올리듯) 우리 최선생, 달밤에 체조하다 일 내셨구만! 보소, 내 후라쉬 하나 빌려드릴까?
최선생: 후라쉬가 아니라, 이 혹 좀 어떻게 해주세요. (다시 독백으로) 문제는 내일이었어. 결혼식 날인데 이 추한 꼴로 어떻게 식장에서 신부를 맞을까? 사람들은 내 모습을 보고 얼마나 킥킥대며 웃을까? 그랬지. 나는 원래부터가 추한 괴물이었어. 전봇대가 만들어준 혹과 찢어진 손발의 상처가 아니라도, 그래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은 몰골이 아니어도 나는 원래부터가 그 모양이었지. 여자까지 도둑질 해오고, 돈까지 도둑질 해 지 돈은 한 푼 안들이고 님도 따고 뽕도 딴 나쁜놈. 우리의 신혼 전야는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어. 그게 시월의 마지막 날 밤에 이루어진 역사야. 내 나이 스믈 아홉 때의 일이지.
해설: 불쌍한 우리의 최선생 결혼식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결혼 전야 달 밤에 생긴 일은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내고 제 성질 못이겨 손해보는 우리의 모습이지요. 혹시 당신이 추한 괴물은 아닙니까? 우리 모두 참고 사는 사람들, 가난하고 힘들지만 착한 거지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의 괴물, 최선생의 이야기를 다시 듣습니다.
5
최선생: 시월의 마지막 날, 그 날 밤은 너무 아팠어. 튀어나온 혹, 찢어진 손과 발이 너무 아프고 쑤셔서 끙끙대다 견딜 수 없는 통증에 눈을 떴는데 꿈이었어. 꿈치고는 억새게 재수 없는 꿈이었지. 온 몸에 땀이 베어있던 꿈. 그런 꿈이었거든.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문득 결혼을 앞두고 너무 못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즘 같은 세상에 시집 장가를 돈 한 푼 않쓰고 갈 수가 있을까? 숙이. 그 애가 시집을 내게 오는 편이 아니라, 장가를 간 내 입장에서 보면 나는 분명히 그렇게 결혼을 한 날도둑놈이었어. 결혼! 그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일도 많은 인생의 중대사를 나는 순식간에 준비도 없이 해치웠던거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직전의 그 때는 숙이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지만, 그 “사랑의 무모함” 때문에 결혼 초기, 이민 초기에 사랑한다는 사람을 너무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던 생도둑놈이 바로 나야. 에라~ 이런 못된 놈아! 할 일이 없어서 도둑질에 강도질이냐? 미쳤냐? 또 다른 내가 나를 노려보며 그렇게 호통을 치고 있었어. 나는 너무 챙피해져서 그만 외마디 비명같은 소리를 발악하듯이 버럭 질러버렸어. (절규하듯이) 그래, 미쳤다, 어쩔래?
왕초: 호오~ 우리 최선생이 무신 그리 못할 짓을 했다는거여? 아무리 봐도 오뉴월에 질질 볶아대는 놀부놈 마냥 못된 심보를 뒤집어쓰고 남 자빠뜨리는 작것들 심성은 아니것 같은디? 해설자 양반은 뭐 아시는게 있소?
해설: 아뇨.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요즘 사람들이 다들 조금씩 미쳤다는 생각은 듭니다. 최선생께서 절규하듯 “그래, 나 미쳤다!” 하신 소리만 그 귀에 맴 돕니다.
똘만이: 워따, 헹님이 그 맴 속을 워찌 알겄소? 뭔 사정이 있것지라. 괜히 남 분위기 깔고 폼 잡는데 낑겨딜지 말고 가만히 계시시셔 잉.
6
최선생: 내가 도둑 장가를 간 이유는 우선은 분노와 증오였어. 우리 부모님, 장확히 말하면 우리 아버지를 무지무지 싫어했었지. 어쩌면, 그 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거야. 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어릴적 이문동 경희대 뒷산, 그리고 외대 뒤쪽 개울가에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집 지붕아래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또 다른 나에게 나는 그걸 묻고 있었어. 네가 내 마음을 아느냐고? 다그치면서 따지고 있었던거야. 술마시고 바람피고 생계는 외면하고 매일 나갔다가 들어오면 “오늘도 저 재수 없는 예편네 때문에 또 깨졌다!”고 꽥꽥거리는 술주정에 주먹질이 눈에 선해. 불쌍한 우리 어머니는 맞으면서도 우리들만 감쌌지. 하루 건너 그럴때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고 웅성거렸어. 제기랄, 무슨 놈의 대한민국 법이 ‘내 마누라 내가 패는데 니들이 뭐냐?’ 하면 그만이었던 시절이었지. 우리 나라는 “우리 엄마 왜 때려!” 하고 대들다가 맞아서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가도 아무 일 없던 나쁜 나라야. 어릴적의 “우리 나라 좋은 나라”는 순 거짓말이었어. 그러니 새출발 하는 자리에 아버지입네 나타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 지금은 우리 나라 좋은 나라가 되었다지만, 나쁜 나라에서 어찌어찌 살다보니 내가 결혼하던 무렵 우리집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여동생과 둘이만 남아있었어. 아버지는 그렇다고 해도 어머니에게만은 알려야 했었는데, 장남이라고하는 그 알량한 자존심은 비행기값 보내드릴 여유조차 없는데 알리고 싶지 않았어. 집안이 그래서 깡패질은 안했지만, 하라는 공부는 지독히도 안했거든. 그래서 7년을 군에 갔다가 나왔는데 이민갈 때 퇴직금이고 뭐고 다 드리고 나니 한 푼 없었어. 아직 정착도 못했을텐데, 속만 지지리 썩이던 아들 장가 가니 오라고 하면 또 당할 어머니의 그 돈 고생 마음 고생이 너무 끔찍해서 아예 연락도 안했지. 나는 성질도 그렇게 괴팍한 괴물이지. 아주 더러운 물건이야. 생긴 것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
7
도둑 장가 가면서 어머니 가슴에 난 또 피멍이 들게 하고 말았어. 눈이 큰 아이. 착하기만 한 우리 숙이는 그걸 다 이해하고 날 사랑해줬어. 식장에 신랑측이라고는 달랑 산랑 하나뿐인 결혼식은 그렇게 끝이 났어. 그렇게 남의 집 딸 훔쳐내고 결혼 비용도 장인댁에서 강도질까지 했지. 사위가 강도가 된거야. 결혼하게 돈 내놔라하는 식.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르신 댁에서 다 차린 잔치상에 몸만 간 꼴이었어. 식장에서 주례 앞에 섰는데 또 그 놈이 나타났어. 이
나쁜 놈아. 너 하나 때문에 몇사람을 울리는거냐? 이 자식은 왜 나만 쫓아다니는건지… 가만 생각하니 그 놈 얼굴이 길쭉하고 시커먼게 바로 그 전봇대였어.
왕초: 우리 최선생을 워떻기 알고 두둘겨 패고 찍어 대고 엉덩방아까지 찧게 만들어버렸다냐? 허, 그 놈 참 묘~한 놈이로다~~~ 나가 지금까지 전봇대 귀신 야그는 꿈에도 못들어봤는디, 그 전봇대 귀신이 최선생 꿈에 나타났네그려!
해설: 여러분에게 전봇대 귀신은 없습니까? 달 밤에 체조하다가 두들겨 맞는 한이 있더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는 그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왕초: 뒤지게 맞고 정신 차릴겨, 한 대 더 으더 터지고 정신 차릴겨? 지가 아무리 분혀도 그렇지, 사람이 하늘 같은 부모든 마누라든 그러는 법이 아니여. 아무리 뭣 같은 뭐라도 그렇지, 혀야헐 할 말은 허고, 알릴 것은 알리고, 해야할 도리는 허고 잘 살아야제. 뭐시냐, 어부인, 중전한테는 더 그러고 살아야제. 잘 받들어 모시더라고. 암, 그렇고 말고! 이 놈들아, 전봇대에 마빡 깨지기 전에 알아서들 허더라고!
해설: 최선생의 도둑놈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무엇일까요? 영적으로도 도둑질을 하다가 전봇대가 솟아오르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