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나무로 깍아 만든 毒蛇와 일곱 눈
대우주 연합 합창제
어린 양이 나와서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 손에서 책을 취하시니라 책을 취하시매 네 생물과 이십 사 장로들이 어린 양 앞에 엎드려 각각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 대접을 가졌으니 이 향은 성도들의 기도들이라 새 노래를 노래하여 가로되 책을 가지시고 그 인봉을 떼시기에 합당 하시도다 일찍 죽임을 당하사 각 족속과 백성과 나라 가운데서 사람들을 피로 사서 하나님께 드리시고 저희로 우리 하나님 앞에서 나라와 제사장을 삼으셨으니 저희가 땅에서 왕노릇하리로다 하더라 내가 또 보고 들으매 보좌와 생물들과 장로들을 둘러 선 많은 천사의 음성이 있으니 그 수가 만만이요 천천이라 큰 음성으로 가로되 죽임을 당하신 어린 양이 능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존귀와 영광과 찬송을 받으시기에 합당하도다 하더라 내가 또 들으니 하늘 위에와 또 그 가운데 모든 만물이 가로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 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능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 하니 네 생물이 가로되 아멘 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하더라
해설: 정말 대단한 연주 실황입니다.
우리 똘만이, 새노래 소리에 넋 나갔으니 얼빠진 얼간이 됐구만! 이건 완전히 화답송일세. 어르신들과 요정들과 만물들이 주고 받고 하네 그려~~ 어르신들 좀 보게. 서서도 아니고 꿇어 엎드리지 않는가? 우리 거지패들도 장타령 하다가 땅바닥에 패대기 쳐야 겠나보이. 못 된 것들이 서서만 할려고 한단 말이야. 서서 흔들어대고 두들기는 건 그래도 낫지. 원님네들은 서지도 못해 주저 앉아 하다가 닭대가리 흔들며 잠까지 잔다오. 뭔 노래들을 그렇게 매가리 없게 해대는지 … 나도 품바나 하러 가야겠네, 최선생은 뭐하시나? 그만하세, 그럼 난 가이~~~
110
제12화
나무로
깍아 만든
毒蛇와
일곱 눈
원작: 이요한 / 최아멘
나오는 사람들
105 왕초, 최선생, 쟌, 요정, 똘만이, 해설
해설: 쟌이 별나라에 가서 수정유리바다와 보좌와 네생물을 보더니, 책 하나를 못 봐서 그것 때문에 울고, 그 책을 어린 양이 열어 보여준다고 하셨는데, 그 책이 거지족보 비밀편이라고요? 봉해진 책을 열어 보이시는 어린 양이 뿔이 일곱개, 눈이 일곱개인 것은 왜 그렇지요?
왕초: 우리 거지 족보에는 참 별의별 사람들이 다 나오네. 세상에서 가장 큰 족보책일세. 그 족보에 “슥” 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양반이 쓴 “슥4편”을 읽어 보시게. 우리 조상님들을 일일히 다 말할 수는 없으니 그렇게 이름만 알게.
이 양반이 어느날 씨리즈로 꿈을 여덟개나 꾸셨거든. 그 다섯번째 꿈 속에서 “일곱 등대 일곱 등잔 일곱 기름병”을 보게되는데, 그게 뭐냐고 물으니 우리 대왕께서 세상을 보는 눈이래. 세상이 하도 어두워 등대 일곱을 세우고 등대지기들 눈인지 요정들 눈인지 뭔지 아주 이 땅을 눈이 뚫어지게 살펴 보라고 특별 경계명령을 내리신거야. 어린 양에게 일곱 눈이 있다는 것은 자네가 화장실에서 뭐하는 것 까지 다 보고 있다는 뜻이야. 나는 이 말이 참 시~원~ 해요. 못 된 놈 나쁜 짓하는 게 대왕 눈엔 다 보인단 말이야. 우리야 힘 없고 약해 그 놈들에게 당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다 보고 아시는 분이 가만 놔두지 않으실거라는 생각은 생각만 해도 정말 신나는 일 아닌가? 누군가가 나를 24시간 감시한다고 생각해보게, 무슨 느낌이 드나?
어떤 년에게 내가 이 족보책을 주면서 화장실에 가서 읽어보라고 했거든? 한 두 번이 아니고 내리 세 번을 그랬지. 왜 그랬느냐 하면, 읽다가 쌀 것도 싸고 해야 속이 시원해질 것 아닌가 해서네. 화장실에 들어 앉았으면 속이 시원해지고 배가 아주 편안해지거든.
106
부산 내 배 사이소 아지매 알지? 어느 놈이 그 단 물이 찍찍나는 배를 한 알 사가지고 배를 타고 가면서 먹다가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더니 배가 시원해지는게 속이 너무 편하더래. 배가 몇 번이나 나왔나? 다 다른 배야. 헷갈리는감? 세어보시게. 우리 족보 말씀은 그 단물이 찍찍 나는 배야. 거룻한 웃음을 웃다가 보면 배가 아파지거든. 기왕이면 속이 편안해지는 화장실에서 읽는게 제 맛이지.
해설: 그 일곱 눈이 뭐를 그렇게 열심히 지켜 보고 있습니까?
왕초: 응? 아, 눈 얘기하다가 배 얘기로 빠졌네 그려. 이 놈의 배가 삼천포로 빠지는 바람에 나까지 배가 아프네. 등대가 불 꺼지면 배들이 등대 앞에 와서 깨져요. 요샌 그 등대가 산으로 올라갔다며? 아니, 왜 바다 놔두고 산에 가 있나? 등대의 그 눈들이 무엇을 보느냐? 나무로 깍아 만든 뱀, 木死, 목사들이올시다! 독사는 독산데 나무로 만들었어. 나무가 뭔 생각을 하겠나? 생각들이 전혀 없는 친구들일세. 목사들이야! 그 잘난 원님네들 후손이 木死들일세 … 이 일곱 눈은 말이야, 우리네 거지패들에겐, 좀 똘똘한 놈들 일곱 놈의 눈이야. 얘네들이 목사들 세상을 아주 매섭게 노려볼 줄 알거든! 그 일곱 똘만이들이 내겐 아주 중요한 놈들이네. 일 낼 사람들이야. 여보시오들, 똘만이들 이리 오너라! 요정 불러 우리 쟌 선생 뭐하시는지 보고 오시게.
품바의 고향
새노래
쟌: 대왕께서 이젠 또 내게 무엇을 보이시려는고?
요정: 별나라 장타령 모습을 보이라 하셨나이다.
107
똘만이: 장타령? 그거 신나는 말이네! 우리 노래패는 일곱인데, 그대 나라 장타령 패는 몇인고? 우리보다 더 잘하시남? 우린 깡통 두들는데 니네는 뭘 두드리는고?
요정: 새노래를 부르는 별나라 패들의 이름은 “어르신과 그 일행들” 이라 하오며, 깡통 대신에 거문고를 켜며 그 수는 어르신 스물넷과 네 생물과 남녀 요정 만만천천과 만물들이니, 24+4+10000+10000+1000+1000+10000, 합이 “3만 2천 2십 8” 이옵니다.
똘만이: 쟌 헹님요, 32028이라 안카요. 거 엄청나네, 아주 수로 밀어부치는구만! 와~ 저기 온다! 이건 진짜 연합합창대구만!
해설: 네,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별나라 연합합창 공연 실황을 듣고 계신데요, 모처럼 긴장과 써스펜스가 끝나고 흥겨운 한 판입니다. 싸운드가 엄청납니다.
왕초: 그렇지. 쟌이 별나라 여행을 하며 본다는 게 전부 어마어마한 것들 뿐이더니, 놀라고 긴장해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네만, 이제 제대로 된 연주회를 들으니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게다가 노래까지 생판 처음 듣는 새노래니, 진짜 신명나는 한 판이네그려~ 자네는 지금까지 쟌이 본 걸 다 기억하는가?
해설: 제 기억력 테스트하십니까? 좋습니다. 저도 만만치 않지요. “수정유리바다 → 보좌 → 네생물 → 책 → 어린양 → 일곱 눈 → 향단 → 거문고 → 24 어르신들 → 만만천천요정들 → 만물들” 이네요. 어때요, 통과됐습니까?
왕초: 통과! 등장인물들이 대단해요. 요정들이 만만천천이니 그 수를 셀 수가 없다는 말이지. 만물들은 또 뭔가?
108
별나라는 같이 노래를 해도 산천초목이 다 노래를 한단말일세. 아무리 꿈 같은 환상의 별나라라고 하지만 그것 참, 신기한 일이야. 돌, 나무, 별, 달 해, 강, 바다, 새와 동물 농장과 땅의 모든게 노래한다? 그 새 노래 소리를 듣는 쟌이 부럽네. 똘만아, 혼자만 듣지 말고 리포트 좀 해라~~~
똘: 지가 자빠져뿌렸소. 합창제에 동원 된 경이로운 출연진들 앞에서 지가 지금 넋이 나갔당게요! 말로는 못다하겠고, 고마 그 모습을 족보책으로 지상 중계하고 말라요.
109
베버리 힐의
야유회
그리고
갈등
111
밤 청소 일을 따라 다니다가 낮에도 청소 회사에 소개 받아 들어가게 되었지. 안그래도 쓰레기 같은 인생이 이젠 밤낮 쓰레기 줍는 인생이야. 그 회사는 웨스트우드에 있었어. 새벽 두 시쯤 밤 청소를 마치고 눈 좀 붙이다 8시까지 출근하면 군대도 아닌데 일조점호같은 행사가 이뤄지는 회사야. 사수와 조수의 2인 1조로 짝지워진 청소 차량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있고 화학 약품과 장비 점검을 마치면 배당 받은 현장으로 출동하지. 베버리 힐의 고급 주택들을 스케쥴에 따라 주 1회 또는 보름에 한번씩 청소팀들이 들어가 치워주는데, 영화에서나 보던 미국 다운 미국의 풍요로운 모습을 나는 쓰레기에 묻혀서나마 만끽할 수 있었어. 우선 들어가는 것부터가 틀리더라구. 차량들이 들어 오면 자동문이 열리는거야. 집안에서 모니터를 보고 집사들이 열어주는거지. 아라비아 도둑들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완전 열려라 참깨야. 정원을 지나 한참 들어가면 대저택이 나타나. 보통은 방이 수십개가 있고, 수영장과 승마장에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도 있었어. 음성 인식 무선 전화가 깔려 있어서 집 안 어디든 걸어가면서 전화가 되고 … 그런 집들이니 청소도 여러 팀들이 나눠서 분업으로 하는거야. 보통 한 집에 청소차 10대가 들어가곤 했어. 작업조들이 자기들이 맡은 “거실/화장실/마스터 배스룸/지붕/유리창” 등지로 흩어져서 그야말로 일사분란하게 순식간에 해치워. 서울 촌놈이 닭구경하듯 멍해질 수 밖에 없는데 내 사수가 뒷통수를 쥐어 박았어. “임마, 뭐해?” 사닥다리를 들고 뛰래. 들기도 힘든데 그걸 들고 뛰라니 … 헉헉대고 갖다 놓으니 사다리를 타고 원숭이처럼 날라다니며 발휘하는 훈련된 조교들의 시범이란! 마치 곡예단 공연을 보는 듯했어. 무슨 집에 유리창이 수백장씩 있는지! 밟아라 삼천리가 아니고 닦아라 삼천리였어. 화장실에 들어 갔을 때야. 사수가 손도 못대게 눈을 부라렸어. 집기들은 건들지 말고 똥통이나 치우래. 황금으로 도금 된 세면기, 검붉은 대리석 바닥, 호화 집기들 …
112
잘못 건드려 깨지거나 기스나면 목아지래. 어쩔 수 없이 냄새나는 변기를 닦는데, 또 다시 뒤통수에 불이 번쩍! “임마, 대학 나온게 똥통 하나 제대로 못 닦냐? 똥물 한 번 마셔볼래?” 지가 사수면 사수지 군대도 아닌데 왜 패고 지랄이야. 반말은 또 뭐고? 눈물이 났어. 비싼 비행기 타고 미국와 인젠 똥물하고 뽀뽀까지 하는구나! 내가 공항에서 미국가면 똥통 닦아야지 한 건 아닌데 … 아무튼 워낙 관리가 잘 되고 정돈이 잘 되어 있어서 카펱 샴푸까지 그 큰 집 청소가 대개는 한 두 시간이면 끝이 났어. 왕사수의 지휘 아래 작업이 끝나면 11시. 그 때부터 점심 준비에 왁자지껄. 야외 정원이나 연못가에서 하는 식사 준비가 장난이 아니야. 열개팀들이 내놓는 음식들에 눈이 휘둥그레졌어. 고기 굽고 찌게 끓이고 … 무슨 이런 직장이 다 있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거나한 점심, 너무 일찍 끝내고 들어가면 혼나니까 점심을 두 세 시간씩 먹는거야. 밥 먹으면서 시작되는 무용담과 마누라 욕, 그리고 음담패설에 신변잡기까지 그들의 웃음 섞인 이야기 꽃은 한이 없었어. 이게 베버리 힐에서의 야유회 이야기야. 그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갈등하고 있었어.
10년에서 20년씩 일한 사람들이지만, 몇년 안 된 사람도 있었는데, 전부들 집 한 채씩은 갖고 있었어. 그리고 다들 어엿한 사장님들이야. 두 시에 회사에 돌아가 일과를 끝내면 오후에 따로 밤청소나 수영장 일을 시키는 청소팀을 거느린 베테랑들이었지. 청소부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야. 그들을 보며 “청소를 해도 저렇게 잘 먹고 잘 사는구나. 뭐가 저렇게들 즐거울까?” 하는 부러움이 생겨났지. 우리는 가진 것도 없었고,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않았거든. 남기는 커녕 모자라 쩔쩔매며 숙이와의 다툼만 끊이지 않았지. 그 다툼은 어느덧 과거에 대한 원망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위태위태한 흔들바위 마냥 여차하면 나를 깔아뭉갤 기세로 쿵쾅거리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어.
113
아~ 또 생각을 하는구나. 나는 생각하면 안되는데. 그러면서도 그 망할놈의 바윗덩이는 인정사정 없이 점점 더 커지고만 있는거야. 나는 숨이 콱 막힐 것 같았어. 그런데, 어럽쇼, 이 바위덩이가 깨지더니 여러개로 갈라져 군단을 이루어 융단폭격을 감행해. 지가 무슨 전투비행단장이라고 새끼들까지 풀어서 내게 미사일을 쏴댄다는거야? 문득 숙이가 전에 서울에서 날리던 그 핵공격이 생각났어. 퍼부어대는 건 같았는데, 내용이 틀렸어. 애기 우유탄, 기저귀탄이 아니라 시어머니 미움탄, 시어머니 원망탄, 생활비 부족탄, 남편 증오탄, 딸아이 칭얼탄, 딸아이 교육탄 … 씨발탄까지! 개발탄 오발탄이 막 쏟아지고 있는데 숙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자전거 타고 빨리 들어와, 애기 울어! 돈도 못버는 주제애 애 우유는 제대로 먹여줘야 할거 아냐? 나 바뻐, 나가야 해. 빨리와!
그래. 마지막은 빨리탄이구나. 그 놈의 빨리빨리탄! 이 웬수같은 금서방, 김서방, 돈이라는 못 된 놈아! 어쩌자고 밤낮 일시키면서도 모자라게만 만드는거냐? 빨리빨리 오지 못할까? 도망가지말고 게 섰거라!
혼자서 쏟아지는 핵미사일들을 피해 돈을 쫒아가고 있었어. 돈은 잡히지 않고 자전거는 느리고 … 몸에서 진땀이 흘렀어. 들어가면 늦었다고 또 혼나가겠구나! 언제부터인지 나는 숙이가 무서워졌어. 누가 나를 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구해 줄 수 있을까? 그런 푸념 속에 오늘도 해는 지고 있었던거야. 내일도 해는 떠오르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했는데, 이번엔 아니였어. 늘 생각만하면 끝이 안좋았는데, 이번에는 그 떨어지는 해가 감이 좋은거야. 희망의 해, 떨어지는 해가 떠오르는 태양으로 바뀌고 있었어. 이제는 환청인지 뭔지, 환영까지도 보는구나! 아무튼 그 희망의 태양이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라는거지. 정말 내일은 좋은 일이 생길까?
114
해설: 베버리 힐을 헤메며 느껴야 했던 있는 자와 없는 자와의 갈등, 부딪히고 깨지며 살아가야 하는 시부모와 며느리와의 갈등,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사랑스런 아내와 원수 같은 아내와의 갈등, 지는 해와 뜨는 해와의 갈등, 참~ 갈등은 여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갈등 속에서 최민은 오늘도 바윗돌을 굴려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 바위에 깔리기 직전이십니까? 아니면 밀어내셨나요? 깔리느냐, 밀어내는냐의 문제 상황 속에서 여러분의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독사에게 물리지 않고 만나야 할 사람을 잘 만나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천성천하의 새노래를 부르며 사는 갈등 없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115